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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8일차 곰팡이 제거작업과 술 참기 어려웠던 검찰청 문자

청양e 2018. 12. 19. 16:30

일요일에 냉장고 뒤를 우연찮게 봤는데

미친 곰팡이가 졸라 심하게 생겨있었다.

끔찍할 정도... 너무 혐짤이라 올릴 수가 없다.

모니터로 보기만 해도 토가 나올 정도.

벽에 검은 사람 형태의 커다란 곰팡이들이 있었다.

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거의 제로에 가까운 인맥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그래도 몇 안 되는 분들 중에 

인테리어하시는 분이 계셔서 여쭤봤다.


자세한 상황을 설명드렸더니

사장님은 결로현상 때문이라 시며 
벽지를 전부 뜯어버리고,

던 에드워드 결로, 곰팡이 방지 페인트인 덤프록을 두 번 바른 다음에

마음에 드는 색깔로 칠하라고 하셨다.


사실 내가 사장님께 돈을 드리고 의뢰를 해야 되는 건데,

팁만 물어봤다...

그런데 전부 다 알려주셨다.

현재 내 사정이 거지보다 못하다는 것을 아셔서가 아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제일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셔서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조언을 듣고 월요일에 일어나자마자

와이프랑 벽지를 졸라 뜯었다.

나는 쓰레기 같은 빌라에 살고 있는데

들어올 때 공사를 했음에도 공사가 개판이었다.

벽지가 5겹은 붙어 있었는데

마지막겹은 80년대 스타일의 느낌이었다.

은행나뭇잎 무늬...

더럽게 안 뜯어졌다.

분무기로 뿌려가며 팔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도구로

밀어서 겨우 벽지를 뜯었더니 벽에도 곰팡이가 쌍욕이 나올 정도로 있었다.






약을 쳐서 죄다 조진 다음,




매장에서 5만원에 산 덤프록 2리터를 처발랐다.

3시간씩 나눠서 두 번.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 페인트까지.



이렇게 뭔가 일을 끝내면

술이 엄청나게 땡긴다.


뇌가 이미 그 상황을 보상이 들어와야 할 시기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적인 사실을 내가 충분히 인식을 하고 있음에도

아주 강력하게 술이 땡긴다.


자신의 뇌를 자신이 완벽하게 소유하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아무튼 그렇게 힘든 시기에

강력한 한 방이 왔다.


청양 사이트 운영으로 수사받는 사건이

경찰서에서 검찰청으로 송치됐다는 문자가 왔다.


몸이 녹초가 돼서 피곤해서 술이 무지하게 땡겼는데

일을 끝마쳐서 뇌가 익숙하게 보상을 달라고 하고,

걱정과 불안 그리고 스트레스를 한 번에 주는 문자까지.

삼위일체의 유혹.


술을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술을 먹으면 잠시 잊혀지고,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며 긴장을 확실하게 풀어준다.

거기에 안정감과 쾌감까지 준다.

오히려 마시는 그 순간은 정신적으로 튼튼해지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잠시뿐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숙취와 함께 깨어나면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유일하게 내가 하는 것은 또 죽기 직전까지 멈추지 않고 취하는 것...


이 날 난 내 뇌를 더 이상 컨트롤할 수 없어서 약을 하나 더 먹었다.

알콜중독과 공황장애에 도움 되는 신경정신과 약을 먹는 중인데

하루 세 번 먹어야 하지만

너무 힘들 때는 그냥 내 임의로 점심약을 하나 더 먹는다...


그걸로는 택도 없을 것 같아서

초콜렛을 사다가 미친 듯이 씹어먹어 도파민을 강제로 끌어올렸다.

그렇게 몇 시간을 좀만 버티자 버티자 했더니 참아졌다.


진짜 힘들다.


이렇게 힘겹게 8일째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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